본문 바로가기
1) 이번주 맛집보고

[서울 신사/구스테이크528] 맛 하나만 보고 가기엔 어렵지 않을까. 수요미식회에 또 낚이고야 말았다.

by Rossie 2020. 4. 28.

 

남편이 서울로 방문한 행복하고 들뜬 날이었다.

들뜨고 들떠버려.. 행복한 주말 저녁을 보내고자 오늘은 무슨 기념일로 해야할까 머리를 데굴데굴 굴렸다.

아,  어제가 우리 만난지 5주년 되는 날이었어...!!

 

"그렇다면 고기를 먹어야지!!"

 

내가 왜그랬을까. 우리 한동안은 소식+절약하려고 했었는데,

모처럼 기분내고 싶어 오바한 나머지 손가락이 저절로 서울서 유명하다는 스테이크집을 예약해 버렸다.

동대문 메리어트호텔내 있는 BLT는 마감이었고, 마침 근처에 있는 '신사동 구스테이크'가 눈에 띄었다.

 

주말저녁 1시간 전인데도 예약이 수월하게 되는 "수요미식회 맛집"이라니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집안이 아닌 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테이크 라니, 마냥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구스테이크528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108 (신사동)
월~금 18:00~01:00
토,일 16:30~11:00
연중무휴
02-511-0917
주차장 있음(발렛 현금)

 

 

신사동 528-3번지(2009년 오픈), 한남동 733-70번지(2014년 오픈)

두군데에 위치한 구스테이크 레스토랑 중에 제가 간 곳은 신사동 '구스테이크528' 입니다.

 

구스테이크의 '구'는 한자의 입 구(口)이고 뒤에 붙은 숫자는 번짓수.

울프강, BLT 등과 함께 유명한 스테이크집 중에 한 곳으로 불리는 곳이기 하구요. 

 

두 군데 중 신사동 지점을 방문한 이유는 특별히 없고, 가까운 곳으로 방문했어요.

신사점보다 한남점이 더 크고 분위기가 있는 편이예요.

 

저는 신사점으로 갔습니다. 작고 아늑하네요.

 

 

 

천장에 매달린 크고 길다란 조명들이 이 공간에서 제일 눈에 띄어요.

전체적으로 우드 인테리어라 안정적인 클래식한 느낌을 주고 있고..

2층에 위치한 와인셀러와 깨끗한 오픈 주방은 클래식과 현대적 느낌을 오묘하고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었어요.

 

이곳은 스테이크도 스테이크지만 와인으로도 유명해요. 직접 콜키지 하시는 분들도 많구요.

아랫쪽 촤르륵 진열된 와인잔과 유리잔들.


하지만 어쩔수 없는 공간의 답답함, 그리고 오래되고 관리가 안된 요소들이 중간중간 섞여있는 느낌.

 

 

 

컴컴한게 싫어 5시반쯤 방문했더니 아직 환했어요. 디너로써는 좀 이른것 같습니다.

조명이 좀켜져야 분위기가 날 것 같아요. 테이블이 몇개 되지 않았어요.

저희는 그중 테라스쪽으로 트여있는 창가쪽에 앉았어요.

좀 더 분위기 있는 식사를 즐기실 분들은 해가 진후 저녁 방문을 추천합니다. 저희는 둘만 있는 오붓한 분위기도 좋았지만요.

 

 

 

정갈한 커트러리. 채워지는 물잔.

아직 손님은 저희부부 뿐이었어요. 쪼르륵 물따르는 소리.
직원분들은 잘 훈련 되있지만 그리 친절하다고는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테라스도 텅텅 비어 있구요. 코로나의 영향인지, 인기가 식은건지, 손님이 없을 시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기다리는 동안 알콜젤로 손을 닦으며 테라스를 둘러봐요.

겨울에 오면 가운데 놓인 커다란 난로를 틀고 따뜻하게 식사를 할수 있을 것 같아요. 조명겸 환하게 켜진 난로가 밤에도 근사한 분위기를 내주겠죠.

 

 

 

스테이크를 먹으러 왔으니 스테이크를 주문해 보려 합니다.

위에 네 가지 스테이크와 1인분씩도 나오는 아래 두가지 메뉴가 있어요. 손님들이 주로 시키는 위의 네가지 메뉴는 립아이를 제외하고는 채끝과 안심이 섞인 메뉴예요. L본<T본<포터 순으로 안심의 비중이 커집니다.

저희는 채끝과 안심이 적절히 배분된 T본 스테이크를 주문하려구요.

 

100g당 가격만 기재되 있구요, 직원분에게 여쭤보면 금일의 준비된 덩이의 g수와 가격을 알려주십니다.

들어오는 식자재와 손질에 따라 g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양을 개인이 지정할 수는 없고 잘라진 덩이를 고르는 방식이예요. 주문하면 한덩어리를 가운데 두고 개인접시에 덜어 먹게 되지요.

저희는 2인의 T본 스테이크로 말씀드리니, 700g이 좀 넘는 것으로 안내를 해주십니다.

이중 뼈의 무게는 400g, 고기의 양은 300g정도 되는 것 같네요. 이 정도가 둘이서 먹기에 적당한 양이라고요.

(실제로 남여 둘이 먹기에 적당했고, 만약 남자 둘이라면 사이드를 더 많이 시키든지 고기를 더 주문해야 할 것 같아요)

 

 

 

사이드 메뉴는 Creamed Spinach (크림드 스피니치) 9,900원 Small사이즈로 선택.

대체로 고기가 간이 되어 짜게 나오기 때문에, 크림섞인 사이드가 잘 어울릴것 같아요. 사이드는 스몰로 해도 양이 충분하고요. 샐러드를 고르기로 했기 때문에 다른 사이드 야채는 패스했어요. 프렌치프라이도 너무 과할 것 같아서 패스.

여기 사이드가 전체적으로 맛있다고 하니, 다른 것들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먹어봐야 겠습니다.

 

 

 

스타터는 시저 샐러드(22,000원)를 시켰어요.

사이드를 더 시킬까 했는데 고기양이 가늠이 안되서 일단 우선적으로 이렇게만 주문하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충분했어요.
관자요리나 에스카르고, 파스타도 꽤 괜찮다는데 우선 패스.

 

 

 

 

먼저 따뜻한 식전빵이 나왔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적당히 간이 되어 있는 훌륭한 빵이었습니다.

같이 나온 버터는 굉장히 부드럽고 고소해요. 빵에 엄청 발라서 깨끗히 다 먹었어요. 짜지 않고 고소해서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버터나이프라고 하기엔 나이프가 너무 크지만 빵에 발라먹는데 문제 없네요. 나중에 고기써는 나이프로 다시 바꿔 주십니다.

 

 

 

시저샐러드는 양이 꽤 되고 맛있어요.

짭짤한 프로마지오 치즈, 크루통, 짭짤하면서 깊은맛의 엔초비, 선드라이토마토...

엔초비 싫어하시면 비릿하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크게 맛이 나는 편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아요.

 

 

 

샐러드는 넉넉히 덜어먹고도 남았어요.

그래서 스테이크와 먹으려고 먹다가 잠시 남겨두었어요. 이상하게 이정도만 먹어도 이날은 배가 부르더라구요.

 

 

 

 

잠시후, 스테이크가 나올 준비가 시작됬어요. 테이블 식기가 바뀌고 홀그레인 머스터드와 사이드메뉴가 나옵니다.

칼이 정말 잘들게 생겼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썰린다는 단점이..

 

 

 

 T본 스테이크(720g)

USDA Prime인 최고급 등급의 고기예요.
한우에도 등급이 있듯 미국산 최고급 고기를 가지고 구스테이크에서 직접 드라이에이징(2~5주)한 고기 입니다.

구스테이크는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되었지만 국내 최초 드라이에이징한 가게로도 유명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숙성고기는 그냥 생고기보다 훨씬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있어요.

 

아름답게 구워진 고기윗면을 보세요ㅠㅠ
T자 모양의 뼈를 중심으로 작은 부분(우측)이 안심, 큰부분(좌측)이 채끝이예요.

크기는 손바닥 두개정도, 두께는 손가락 두마디 정도여서 꽤 양이 많았어요.

 

미디움레어로 구운게 가장 부드럽다고 추천해주셨어요. 안심쪽은 좀더 구워져서 미디움 같이 보이긴 했지만요.
그리고 특히 드라이 에이징한 고기라서 생고기 보다 빨간 피(육즙)이 덜 흘러나와 먹을만 했습니다. 저는 원래 미디움웰던으로 먹는 편인데도 괜찮았으니깐요.

 

 

우측에 안심부분 먼저 먹어볼게요.
뼈쪽 살이라 기름이 끼어서 좀더 부드러웠어요.

 

크림드 스피니치도 올려 먹어보고요.
홀그레인 머스터드도 올리면 더 맛있습니다. 냠..
남편은 맛이 살짝 애매하다고 했지만요.
생각보다 짜지 않았어요. 울프강은 좀 간이 쎘는데.. 게다가 버터도 잔짝 부워 주셨는데, 기름기도 적고 깔끔하네요.

 

 

이번엔 채끝.
옆 단면을 보니.. 잘 구워진 탓에 마치 돈가스 같기도 해요.
먹음직스럽게 생겼어요. 결대로 슥슥잘라서 홀그레인머스터드를 올리고 냠..

 

 

채끝의 끝부분은 조금 딱딱하지만 고소해요.
그런데 드라이에이징 해서 그런지, 안심과 식감이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계속 안심을 먹고 있는 느낌..

 
마무리하며..

 

고기양은 둘이서 먹기에 적당한 양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끼에 30만원의 가격을 생각하면 고기의 감칠맛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한우에서 오는 그 특유의 고소함은 따라오질 못한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이에이징의 한계일까요..?

그리고 음식 외적인 부분에서 오는 만족감은.. 사실 거의 없었어요. 우리가 비싼 돈을 주고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가는 이유는 맛도 있지만 그곳의 분위기나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가는 이유도 크잖아요. 2년전 울프강에 갔었을때는 고기맛 이외에도 떠올릴 추억들이 참많았는데 말이죠..

무슨음식을 먹든 같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어서 이곳 역시 남편과 보낸 소중한 시간 중 하나가 되었지만요..신나게 맛있게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지라 조금은 아쉽기도한 하루였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