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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주 맛집보고

[서울 소격동/블루보틀 삼청점]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온 불편하지만 특별한 커피

by Rossie 2020. 6. 25.

 

80년대 후반 최초 원두커피 전문점인 압구정 '자뎅'을 시작으로,

99년 스타벅스가 국내 오픈한 1호점을 문지방이 닳도록 매일 드나들면서

저는 우리나라 커피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눈으로 직접보고 느낀 세대입니다. 이 글을 보고계신 분들도 대부분 그러하시겠죠^^

성인 1인당 커피를 연간 377잔 마신다고 하니(17년 기준)

이젠 커피없이는 죽고 못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수 있지요.

 

직장인이라면 한번쯤은 누구라도

아, 회사 다 때려치고 카페나 차려볼까?라는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ㅎㅎ

하지만 우리나라 커피시장 매년 기록을 갱신하는 포화상태이기에

섣불리 뛰어들 용기가 나질않아, 이내 생각을 접곤 하지요(씁쓸)

 

 

우리나라에 블루보틀이 1호점(성수)을 오픈한지 어느새 1주년이 넘었습니다.

스타벅스가 이미 문화로 자리잡았고,

다양한 커피와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카페들이 차고 넘칠 만큼

우리나라 커피시장과 입맛들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이미 하이레벨 까지 도달했는데,

블루보틀 처럼 철저히 마케팅 스러운(?) 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많은 분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과 걱정으로 지켜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 역시 그래왔구요^^

 

오늘은 제가 다녀온 블루보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블루보틀(삼청점)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77 (소격동)
매일 11:00~19:00
주차장 없음(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커피계의 애플' 블루보틀의 한국진출 1년 하고도 2개월 후.

저에게는 첫 방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방문 후, 기억 속에 확고히 자리잡은

블루보틀에 대한 특징 두 가지.

 

공간, 그리고 커피의 맛. 

 

바란색 병모양의 심플한 심볼 만큼, 

커피, 단 하나의 맛을 느끼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 디자인, 

바리스타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블루보틀.

 

 

 

자, 이제 들어가 봅시다.

인기가 한풀 꺽인 삼청동에 위치한

우뚝솟은 블루보틀의 단독건물은 

들어가기 전부터 훌륭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어요.

날씨가 좀더 쨍했으면 더 좋았으련만.

 

 

블루보틀을 들어서자마자 느낀 공간모습은

아, 심플하다. 깨끗하다. 그리고 놀랍다!

모든 공간에 최소한의 디자인을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어요.

줄지어 있는 원두들(가격은 무지막지하게 사악했지만)

카운터 아래 칼각으로 쌓아져 있는 벽돌들.

 

줄지어 있는 물건들을 보며 느끼는 희열감.

저만 그런거 아니시죠??

 

 

입구정면에 배치한 원두들.

당일 직접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만 사용하는

스페셜티를 컨셉으로 하는 블루보틀임을

고객들에게 또한번 인식시켜 줍니다.  

 

 

우측과 정면에 다양한 굿즈들이 진열되 있었어요.

정말정말 예쁜데, 사악한 가격때문에 놀라기 바빴어요.

누가 사가나.. 싶긴 한데, 찐팬들은 구매하겠죠??ㅎㅎ

오른쪽 하단에 에코백 하나 갖고 싶었는데, 

가격때문에 놀라서 얼른 내려놓았어요.

실제로 외국에서도 이렇게 고가로 판매하는건지 궁금하군요..

(가끔 직구 사이트에 올라오는 거 보면 이정도는 아니었던거 같은데..쩝)

 

빨대도 팝니다. 블루보틀 당췌...허허.

뒤에 신발주머니(?) 같은 것도 있어요.

신발주머니를 모르신다고요??

초등학교 등하교할때 신발주머니 다 들고 다닌거 아니었...읍읍..

아시는 분들은 최소 80년대생ㅋㅋ(반갑다 친구야)

 

 

메뉴는 이렇습니다.

보통 에스프레소보다 드립을 비싸게 파는데,

여기는 드립커피가 메인이다 보니 가격차이가 크게 없었어요.

많이 바쁘신분 아니시면 왠만하면 드립으로 드세요.

저희는 바빠서 그냥 에스프레소로만 먹었네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블랜드), 아메리카노(싱글오리진), 아이스라떼(블랜드)

이렇게 세 잔 주문했습니다. 

 

아, 싱글오리진은 1,100원이 추가되는데요,

저는 신맛나는 커피를 선호해서 추가금 내고 먹었어요.

아이스커피 섹션에 놀라플루트라고, 여기 메뉴에는 없는데

요새 여름이니까 이거 많이 드시더라구요.

(라떼 위에 아이스크림 올라간)

 

페이스트리도 맛있어 보였는데, 밥먹고 와서 패스.

페이스트리도 직접 만드는 건 아니고,

블루보틀이랑 근처 디저트 전문업체랑 계약해서

공수해 오는거라하니 배 여유 있으신분들은 도전해보세요.

(진짜 검증된 맛있는 집들만 계약하더라구요)

 

 

대기중에 2층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총 3층까지 있구요. 

이곳은 더욱 더 심플한 공간이 돋보였습니다.

코르크 재질의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데,

동그래서 굉장히 불편합니다. 오래 있지는 못할 공간이었어요.

커피도 서서 먹는다는.. 다리가 좀 아프더라구요.

(이 비싼 커피집에 이래도 되는건가요??ㅎㅎ)

 

 

2층에는 바리스타들이 있습니다.

1층에서 주문, 2,3층에서 제조하는 식이예요.

여러 개의 핸드드립 기구들이 동시에 제조할 수 있도록 나열되어 있구요.

바리스타들이 한개씩 정성들어 내리기 때문에

드립커피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구요.

 

드립전문이라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직원들이 많은 이유예요.

(인건비 때문이라도 커피는 절대 싸게는 못팔겠네요ㅎㅎ)

 

 

그리고 맞은편 통창으로 보이는

삼청동만의 기와 뷰-

아마 이 뷰때문에 이자리에 블루보틀 건물을 세웠을 것 같아요.

블루보틀 삼청점의 하이라이트 '기와뷰' 입니다.

여기 있으니 내가 거인이 된것 같기도 하고ㅎㅎㅎ

이 지역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게,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찾는 포토스팟-

 

 

정신없이 뷰를 감상하다 보니,

우리의 커피가 나왔습니다.

주문할 때 이름을 물어보시더니,

역시 친절하게 이름을 불러주시네요.

(설현으로 해볼걸 그랬나... 퍽)

맛보기전에 기와뷰에서 다시한 번 찍어보자-

 

찐 뷰맛집, 블루보틀(삼청점)

맞네요, 맞아.

세 잔이 오순도순 있으니, 귀엽네요.

 

 

 

제가 시킨 커피는, 진한 크레마가 인상적인

아메리카노(싱글오리진) 6,100원

한입 마셔보았더니..

 

악, 너무 써!!!!!  

정말 무방비 상태로 당해버렸습니다.

평소에 스타먹스 아메리카노를 가볍게 먹던 제가,

이 스페셜티라는 블루보틀의 아메리카노란 놈에게

무지무지 쓴 공격을 당해버렸습니다. 정말 정말 씁니다.

 

 

그런데 엄청 쓴 첫맛과 바디감이 지나 간후, 

뒤늦게 찾아오는 깊은 잔향과 씁쓸하고 묵직한 맛.

강한데... 저에겐 너~무 강한데 이상하게 끌립니다.

에스프레소가 이정도 인데, 드립은 어떨까요? 궁금해집니다.

 

폴바셋, spc그룹의 커피앳웍스 등의 아메리카노도

꽤 좋은 원두를 사용해서 에스프레소 커피 중에서도

진한 커피맛 때문에 저는 좋아하는데요. 

블루보틀은 이것의 2~3배는 더 진한 것 같습니다.

깜빡잊고 물을 안타준 에스프레소 느낌...?

 

아무튼 진하긴 해도 진짜 커피를 마신 것 같이 느낌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블루보틀의 의도한바 대로) 본의아니게

천천히 커피를 음미하게 되었습니다.

 

 

요건 동료가 먹은 라떼인데요.

빨대가 특이해서 찍어보았습니다.

친환경 대나무로 만든 빨대여서 시간이 지나도 젖지 않습니다.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사용되는 종이빨대가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지고

종이 특유의 냄새때문에 저는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이 빨대는 기존에 자주 사용되던 플라스틱 빨대를

100% 대체할수 있는 빨대여서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또 블루보틀 커피값은 올라가는 구나..ㅎㅎ)

 

 

 

온김에 3층에도 올라가봅니다.

따스한 역광이 비춰오는 매력적인 3층 공간.

한명의 직원이 '사이폰 추출 커피'를 제조하고 있었어요.

사이폰 커피는 저도 몇 번 못먹어 봤지만

일본에서는 대중적인 방식이기도 하고

증기압으로 추출하는 방식이라 손이 많이 가거든요.

안이 투명해서 커피가 어떻게 제조되는지 눈으로 보면서 즐길수 있어요.

커피맛도 꽤 깔끔이 나오는 편이구요.

 

3층까지 보고나니,

일반적인 스타벅스, 커피빈과 같은 브랜드와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주변에 보이는 아름다운 삼청동의 풍경

 

 

그런데 마지막 기대했던 3층 공간의 테이블과 의자도

그리 편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블루보틀은 진정 커피를 즐기러 올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카페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불편하고 생소하기에,

이 명성이 오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여긴 콘센트도 와이파이도,

카페의 기본인 '편안한 좌석'마저 제공되지 않는 곳이예요.

제눈에는 기존의 카페에서 추구하는 '편리함'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였거든요.

 

 

 

한국의 많은 카페의 공식 룰을 깨버린 블루보틀.

블루보틀이 주는 불편함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단 한가지, 바로 '커피 맛'에 집중하기 위해서이죠.

 

높은 수준의 커피 맛을 추구하는 매니아들에겐 극호가,

카페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분들에겐 극불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역시도 제가 커피는 좋아하지만,

이러한 곳(비싸고 불편한데 맛있는)에

자주 찾아올만큼 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번 블루보틀 첫 방문은

블루보틀은 것모습만 중시한 철저히 브랜딩된 커피전문점에

불과할 것이라는 저의 편견을

많은 부분에서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블루보틀의 올 곧은 철학(가장 커피다운 커피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는)이 꽤 멋있었기에,

외국 브랜드임에도 주변환경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환경과 지역문화를 생각하는 건실한 기업이라는 생각에,

이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겹도록 경험한 '브랜딩'에 더이상 속지 않으리.

다짐했던 저의 짧은 생각을 반성하며

아직도 스스로에 대한 더 많은 경험과

생각의 정리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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